영광 도동리 홍교 돌아치 아래 흐른 세월의 고요한 아름다움
영광읍 도동리로 향한 날은 하늘이 맑고 공기가 차가웠습니다. 도로를 따라 이어진 논 사이로 붉은 돌다리가 한눈에 들어왔는데, 그것이 바로 영광 도동리 홍교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아치형 구조가 우아하게 이어지고, 돌 사이로 흐르는 물이 잔잔히 반짝였습니다. 겉보기에는 작고 단정하지만, 18세기 후반 조선시대 석축 기술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 합니다. 다리를 건너는 순간 발밑에서 차가운 공기와 물소리가 동시에 전해져, 시간의 깊이가 손끝으로 느껴졌습니다. 주변이 조용해 그 돌 하나하나의 질감이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단순한 교량이 아닌, 세월이 고스란히 남은 기록 같은 장소였습니다.
1. 도동리로 향하는 길과 첫 풍경
영광 시내 중심에서 도동리 홍교까지는 차량으로 5분 남짓 소요됩니다. ‘영광도동리홍교’로 검색하면 마을 초입에 도착하며, 주변엔 논과 밭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주차 공간은 다리 옆 공터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대중교통 이용 시 영광터미널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도동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도보로 7분 정도면 도착합니다. 다리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흙길로 되어 있고, 갈대와 억새가 자연스럽게 자라 있습니다. 다리 앞에 서면 아치형 홍예가 낮게 드리워져 있으며, 물 위로 그 그림자가 반원형으로 비칩니다. 바람이 불면 수면이 흔들리며 석축의 곡선이 일렁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2. 돌다리의 구조와 주변의 고요함
도동리 홍교는 단경간 홍예교로, 길이는 약 10미터 남짓입니다. 자연석을 다듬어 무지개 모양으로 쌓았으며, 중앙부의 홍예석이 견고하게 아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돌마다 맞춤이 정교해 틈새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홍예 밑으로는 작은 개천이 흐르는데, 비가 온 뒤에도 유속이 완만하여 돌다리의 형태가 그대로 비칩니다. 다리 양쪽 끝에는 난간 대신 낮은 보호석이 놓여 있으며, 그 위로 풀이 자라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합니다.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비칠 때면 돌 표면의 색이 붉은빛에서 회색으로 변하며 은은한 광택을 냅니다. 소박하지만 완벽한 비례감이 돋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3. 석축 기술과 역사적 가치
영광 도동리 홍교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홍예교로, 석공 기술의 수준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됩니다. 홍예석의 중앙을 가장 높게 두고, 양쪽으로 완만하게 낮아지도록 설계되어 하중 분산이 탁월합니다. 이로 인해 오랜 세월 동안 홍수가 여러 차례 지나갔음에도 붕괴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리 상판을 구성한 돌에는 마모된 흔적이 남아 있으며, 이는 오랜 세월 사람과 가축이 다녔던 길의 증거입니다. 근처 안내판에는 당시 이 지역의 교통망과 하천 구조도가 함께 설명되어 있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생활의 흔적임을 실감하게 합니다. 돌의 무게보다도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시간이 더 깊이 전해졌습니다.
4. 주변의 편의와 휴식 공간
다리 옆에는 나무 벤치 두 개와 안내 표석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늘을 만들어주는 느티나무 아래에서 잠시 앉아 있으면, 물소리가 일정한 리듬으로 들립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겨울에는 물이 얼어 다리 밑이 투명하게 드러납니다. 주변에는 별도의 매점이나 시설은 없지만, 도동리 마을 입구 쪽에 작은 슈퍼가 있습니다. 다리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흙계단이 있어 가까이서 구조를 살펴보기 좋습니다. 돌 틈마다 작은 풀이 자라 있고, 그 위로 햇빛이 부서지며 반짝이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단아한 자연과 건축이 완벽히 어우러진 공간이었습니다.
5.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영광의 인근 명소
도동리 홍교를 둘러본 뒤에는 가까운 ‘불갑사’로 향하면 좋습니다. 차로 10분 거리이며, 불갑사 일주문과 대웅전은 전통 목조건축의 품격이 느껴집니다. 특히 가을철에는 상사화 군락지로 유명해 다리의 고요함과는 또 다른 생동감을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영광읍 백제불교최초도래지’와 ‘영광향교’도 인근에 있어 역사 탐방 코스로 연계하기 좋습니다. 점심 무렵에는 ‘영광굴비거리’에서 간장굴비정식을 맛보며 지역 특색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리의 단정한 아름다움과 고찰의 고요함을 함께 경험하는 하루 일정은 생각보다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6.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점
도동리 홍교는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다만 비가 온 뒤에는 주변 흙길이 진흙으로 변해 미끄러우니 방수 신발이 필요합니다. 사진 촬영 시 오전 9시 무렵이 가장 좋은데, 이때 햇빛이 다리의 곡선을 따라 고르게 비칩니다. 여름에는 모기나 작은 벌레가 많아 긴 옷차림이 좋습니다. 다리 위에서 뛰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므로 조용히 걸으며 관람해야 합니다. 문화재 안내판 옆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다리의 축조 방식과 복원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지나는 길이기도 하기에, 예의를 지키며 머무는 것이 좋습니다.
마무리
영광 도동리 홍교는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조용히 빛나는 문화유산이었습니다. 돌의 결이 세월을 품고 있었고, 그 위를 스치는 바람이 시간을 천천히 되짚는 듯했습니다. 다리 한가운데 서서 바라보면, 물의 흐름과 돌의 굳건함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구조물이 이렇게 오랜 세월 자연 속에 녹아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습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다리를 한 번 더 건넜습니다. 돌 위의 발걸음이 가볍게 울리며 여운을 남겼습니다. 조용히 머물기만 해도 마음이 정돈되는, 그런 장소였습니다. 다음에는 이른 새벽의 물안개 속에서 이 다리를 다시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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