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에 드러난 구 영주역 7호 관사의 조용한 시간
가을비가 그친 뒤, 공기가 유난히 맑았던 오후에 영주 영주동의 구 영주역 7호 관사를 찾았습니다. 오래된 주택 단지 사이로 낮은 붉은 지붕의 건물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살짝 불자 낡은 처마 밑 풍경이 흔들리며 맑은 소리를 냈습니다. 외벽의 회색빛 페인트는 세월에 닳아 군데군데 벽돌색이 드러나 있었고, 창틀에는 녹슨 철제 손잡이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주변의 현대식 건물들 속에서 이 작은 관사는 마치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듯했습니다. 사람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한 시대의 생활과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1. 구 영주역 인근의 조용한 길
구 영주역 7호 관사는 현재 폐역이 된 옛 영주역 부지 인근에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구 영주역 관사단지’로 설정하면 인근 도로에서 바로 접근이 가능합니다. 주차는 관사 앞 골목길 공터에 가능하며, 골목이 좁아 도보로 이동하는 편이 더 편했습니다. 길 양옆에는 오래된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고, 잎이 떨어진 가지 사이로 붉은 지붕이 보였습니다. 비가 막 그친 터라 바닥은 촉촉했고, 건물 벽면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었습니다. 관사 앞에는 작은 안내표석이 세워져 있어 ‘국가등록문화유산 구 영주역 7호 관사’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습니다. 조용한 골목 속에서 들리는 빗물 소리가 묘하게 어울렸습니다.
2. 건물의 외형과 구조
7호 관사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지어진 목조 단층 주택으로, 철도 관련 직원의 숙소로 사용되던 건물입니다. 외벽은 목재와 회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붉은색 기와 지붕이 낮게 내려앉은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정면에는 출입문과 두 개의 창이 대칭으로 배치되어 있고, 창문 위에는 작은 차양이 덧대어져 있습니다. 창틀은 흰색으로 칠해져 있었으나 오랜 세월이 지나며 페인트가 벗겨져 나무색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건물 뒤편에는 연통이 달린 작은 부엌이 있고, 실내는 거실과 방 두 개, 부엌으로 구성된 간결한 구조입니다. 단순하지만 기능적인 형태로, 당시 관사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3. 근대 생활사의 한 장면
이 관사는 한때 영주역 철도원의 가족이 함께 생활하던 집이었습니다. 안내문에는 “영주역 관사 단지는 1930년대 철도 관사군으로, 근대 철도문화와 생활사를 함께 보여주는 유적”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좁은 거실과 작은 부엌, 그리고 방 두 개의 배치는 당시 근무 여건과 생활방식을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벽면에는 벽장 자국이 남아 있었고, 문틀에는 손때가 묻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가족의 일상과 웃음, 그리고 철도원들의 근무 이야기가 담겨 있었던 자리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 열차의 기적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던 사람들의 삶이 눈앞에 그려졌습니다.
4. 보존 상태와 주변 환경
7호 관사는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외벽은 정기적으로 도색 보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창문과 문틀은 복원 당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당에는 작은 화단이 조성되어 있고, 오래된 우물이 복원되어 있었습니다. 안내 표지판 옆에는 관사에 관한 간략한 역사 설명이 있으며, 관리 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청소를 시행합니다. 주변에는 같은 시기에 지어진 다른 관사들이 줄지어 서 있어 전체적으로 근대 주거지의 풍경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처마 밑에서 들리는 나무의 삐걱임이 과거의 시간을 불러오는 듯했습니다. 낡았지만 정갈하고, 작지만 따뜻한 인상을 주는 공간이었습니다.
5. 함께 둘러볼 만한 영주의 근대 유산
구 영주역 관사단지를 관람한 후에는 인근의 ‘영주선교사주택’을 방문했습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서양식 건물로, 근대 주거문화의 또 다른 양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어 ‘영주근대역사문화거리’를 산책하면 철도, 교육, 행정 등 다양한 시대의 건축물이 이어집니다. 점심은 영주역 근처 ‘산미식당’에서 먹은 돼지국밥이 인상 깊었습니다. 국물이 진하고 구수해 비 오는 날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습니다. 오후에는 ‘부석사’로 이동해 고즈넉한 사찰의 정취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근대와 고대의 흔적이 한 도시에 공존한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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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방문 팁과 추천 시간대
7호 관사는 외부 관람이 자유롭고, 내부는 문화해설 시간대에만 공개됩니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 사이 방문하면 햇살이 벽면의 질감을 선명하게 비추어 사진 촬영에 좋습니다. 여름에는 습기가 많아 나무 향이 진하게 느껴지고, 겨울에는 차가운 공기 속에 구조의 단단함이 더욱 돋보입니다. 비 온 뒤에는 지붕의 기와색이 짙어져 한층 분위기 있습니다. 평일 오전에는 방문객이 적어 조용히 둘러보기 좋습니다. 접근 도로가 좁으므로 차량보다는 도보 관람이 편리합니다. 주변 관사들과 함께 천천히 걸으며 당시의 생활 공간을 상상해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과거 속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무리
구 영주역 7호 관사는 화려하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일상의 온기가 오랫동안 남는 공간이었습니다. 벽돌 틈, 나무 기둥, 낡은 창틀—all이 한 세대의 삶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창문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그 소리 속에서 마치 오래전 누군가의 숨결이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짧은 관람이었지만, 공간이 지닌 진정성과 세월의 깊이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다음에는 봄 햇살이 비치는 날 다시 찾아,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빛 속에서 이 건물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를 다시 듣고 싶습니다. 구 영주역 7호 관사는 영주의 근대와 일상이 교차하는, 조용하지만 깊은 기억의 장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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